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어둠 속에서 홀로 마주하였습니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새벽녘 하늘이 한없이 애틋하고도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조심스런 손길로 살포시 어루만졌습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서늘한 촉감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행여나 깨질까 봐 숨죽여 안았습니다. 주변을 감싸는 알 수 없는 온도가 시린 겨울바람처럼 선명한 색채로 피어납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유리찻잔을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아득한 빛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불길 속에 던져 하얗게 태워버렸습니다.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빛 여운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