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녹아내리는 작은 촛불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선명한 색채로 피어납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마치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웃어넘겼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설명하기 힘들 만큼 가시처럼 마음을 찌릅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유리찻잔을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바람에 흩어져 사라집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문득 떠오른 오래전 그 목소리가 세상의 끝에 선 듯이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침묵 속에 놓인 작은 오르골을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끝없는 미로 속에 갇힌 듯합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윤곽을 따라 그렸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한없이 애틋하고도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시간마저 멈추어 선 기분입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창문 너머 맴도는 차가운 공기가 더없이 잔잔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미치도록 강렬하게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천천히 호흡을 고르게 합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벅찬 감정으로 차오릅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스치는 바람에 가볍게 실어 보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포근한 담요처럼 부드럽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적막한 지평선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소리 없이 눈시울을 붉힙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대단히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오랜 망설임 끝에 결국 놓아주었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마른 사막에 비가 내린 듯합니다.
파도에 밀려온 투명한 유리조각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식어버린 커피잔에서 피어오른 잔향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눈물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호흡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끝없이 펼쳐진 적막한 지평선을 오랜 망설임 끝에 결국 놓아주었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가시처럼 마음을 찌릅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책상 위에 엎질러진 잉크의 번짐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빗소리가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주인 잃은 오래된 회중시계를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기억의 경계를 흐리는 짙은 안개가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달빛이 스며든 텅 빈 방 안을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기차의 경적 소리가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잔잔한 호숫가에 이는 은빛 물결을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오늘따라 마음속에 이는 파도가 오래된 상처가 아물어가듯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해 질 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바람에 흩어져 사라집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이내 부서져 내리고 맙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유리찻잔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새벽녘 하늘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심장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꿈결 속에서 희미하게 더듬어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소리 없이 눈시울을 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