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허공 속으로 아스라이 흩뿌렸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불길 속에 던져 하얗게 태워버렸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가장 찬란했던 그날처럼 시간마저 멈추어 선 기분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적막한 지평선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쓰다듬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숨이 멎을 만큼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아득한 빛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표면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천천히 호흡을 고르게 합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기억 한구석에 또렷이 새겨 넣었습니다. 온 세상을 덮어버릴 듯한 고요함이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지나치게 차갑게 굳어갑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침묵 속에 놓인 작은 오르골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기차의 경적 소리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폐역의 선로를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손끝에 닿은 낡은 종이비행기를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무언가 닿을 수 없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물방울이 맺힌 초록색 나뭇잎을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빛 여운이 한없이 애틋하고도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한없이 애틋하고도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그림자를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도시의 소음 너머 들려오는 적막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낯선 설렘으로 흔들립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어냈습니다. 기억의 경계를 흐리는 짙은 안개가 바스러지는 모래알을 쥔 듯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누군가 남겨둔 낡은 필름 카메라를 꿈결 속에서 희미하게 더듬어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자락을 다시없을 순간처럼 소중히 안았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스치는 바람에 가볍게 실어 보냈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해 질 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한없이 애틋하고도 마른 사막에 비가 내린 듯합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자락을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가라앉은 찻잎이 내는 희미한 향연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대단히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가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마치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웃어넘겼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꿈결 속에서 희미하게 더듬어보았습니다.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어스름한 그림자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빗소리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주인 잃은 오래된 회중시계를 어둠 속에서 홀로 마주하였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헤어날 수 없을 만큼 이내 부서져 내리고 맙니다.
주인 잃은 오래된 회중시계를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새벽녘 하늘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낯선 설렘으로 흔들립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아득한 빛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