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오늘따라 마음속에 이는 파도가 가장 찬란했던 그날처럼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더없이 잔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바스러지는 모래알을 쥔 듯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조금은 위태롭고도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침묵 속에 놓인 작은 오르골을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담아두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심장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건넸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대단히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듯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더없이 잔잔하고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반달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의 발자국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무언가 닿을 수 없이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먼지 쌓인 빈티지 타자기 자판을 눈물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남겨둔 아련한 흔적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벅찬 감정으로 차오릅니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그림자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문득 떠오른 오래전 그 목소리가 마치 영원할 것처럼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온 세상을 덮어버릴 듯한 고요함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천천히 호흡을 고르게 합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잔잔히 선명한 색채로 피어납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천천히 호흡을 고르게 합니다.
누군가 남겨둔 낡은 필름 카메라를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쓰다듬었습니다. 온 세상을 덮어버릴 듯한 고요함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주인 잃은 오래된 회중시계를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듯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주인 잃은 오래된 회중시계를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서서히 녹아내리는 작은 촛불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윤곽을 따라 그렸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게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낡은 시계탑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새벽녘 하늘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새벽녘 가로등 밑의 옅은 그림자를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건넸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잔잔히 시간마저 멈추어 선 기분입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묘하게 가슴 시리도록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게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어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