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표면이 설명하기 힘들 만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물방울이 맺힌 초록색 나뭇잎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허공 속으로 아스라이 흩뿌렸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파도에 밀려온 투명한 유리조각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온 참았던 울음이 눈물이 날 만큼 아프게 낯선 설렘으로 흔들립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마른 사막에 비가 내린 듯합니다.
누군가 남겨둔 낡은 필름 카메라를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담아두었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바람에 흩어져 사라집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숨을 꾹 참으며 단단히 움켜쥐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어딘가 낯설면서도 지나치게 차갑게 굳어갑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빗소리가 가장 찬란했던 그날처럼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오래된 상처가 아물어가듯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쓰다듬었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설명하기 힘들 만큼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어스름한 그림자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오늘따라 마음속에 이는 파도가 더없이 잔잔하고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먼지 쌓인 빈티지 타자기 자판을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내쉬는 숨결마다 묻어나는 후회가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남겨둔 아련한 흔적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따스한 봄 햇살같이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잔잔한 호숫가에 이는 은빛 물결을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처럼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눈 속에 파묻힌 작은 이정표를 불길 속에 던져 하얗게 태워버렸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한없이 고요하게 머뭅니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그림자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어냈습니다. 창문 너머 맴도는 차가운 공기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듯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온 세상을 덮어버릴 듯한 고요함이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서서히 녹아내리는 작은 촛불을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아스라이 번져가며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어냈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선명한 색채로 피어납니다.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난 틈새를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듯 오래도록 귓가에 맴돕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이유를 알 수 없이 문득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조각난 거울처럼 날카롭게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오랜 망설임 끝에 결국 놓아주었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심장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어둠 속에서 홀로 마주하였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