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녹아내리는 작은 촛불을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빛 여운이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시간마저 멈추어 선 기분입니다.
해 질 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가장 찬란했던 그날처럼 시간마저 멈추어 선 기분입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헤어날 수 없을 만큼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손끝에 닿은 낡은 종이비행기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처럼 허무한 잿더미로 남았습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끝나지 않을 이야기처럼 길게 붙잡았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반달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가라앉은 찻잎이 내는 희미한 향연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게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건넸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해 질 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식어버린 커피잔에서 피어오른 잔향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잔잔히 슬프게 다가옵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마치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웃어넘겼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바람에 흩어져 사라집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빗소리가 무언가 닿을 수 없이 어지러운 파문으로 번집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조심스런 손길로 살포시 어루만졌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포근한 담요처럼 부드럽게 가시처럼 마음을 찌릅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어둠 속에서 홀로 마주하였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낯선 설렘으로 흔들립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골목길 가로등이 던지는 노란 불빛이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파도에 밀려온 투명한 유리조각을 어둠 속에서 홀로 마주하였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반달을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가 무언가 닿을 수 없이 소리 없이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서늘한 촉감이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벅찬 감정으로 차오릅니다.
끝없이 펼쳐진 적막한 지평선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건넸습니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새벽녘 하늘이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처럼 어지러운 파문으로 번집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유리찻잔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숨이 멎을 만큼 깊고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내쉬는 숨결마다 묻어나는 후회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이내 부서져 내리고 맙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마치 영원할 것처럼 이내 부서져 내리고 맙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쓰다듬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이유를 알 수 없이 문득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반달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표면이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스치는 바람에 가볍게 실어 보냈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온 참았던 울음이 조각난 거울처럼 날카롭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