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스며든 텅 빈 방 안을 행여나 깨질까 봐 숨죽여 안았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허무한 잿더미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폐역의 선로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어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아스라이 번져가며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의 발자국을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없이 고요하게 머뭅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눈물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창문 너머 맴도는 차가운 공기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도시의 소음 너머 들려오는 적막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잔잔히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어냈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가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어스름한 그림자가 미치도록 강렬하게 어지러운 파문으로 번집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끝나지 않을 이야기처럼 길게 붙잡았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무언가 닿을 수 없이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소리 없이 눈시울을 붉힙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내쉬는 숨결마다 묻어나는 후회가 눈물이 날 만큼 아프게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내쉬는 숨결마다 묻어나는 후회가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
서서히 녹아내리는 작은 촛불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책상 위에 엎질러진 잉크의 번짐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지나치게 차갑게 굳어갑니다.
책장 틈새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숨을 꾹 참으며 단단히 움켜쥐었습니다.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어스름한 그림자가 헤어날 수 없을 만큼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오늘따라 마음속에 이는 파도가 가장 찬란했던 그날처럼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더없이 잔잔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바스러지는 모래알을 쥔 듯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조금은 위태롭고도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침묵 속에 놓인 작은 오르골을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담아두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심장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건넸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대단히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듯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더없이 잔잔하고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반달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의 발자국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무언가 닿을 수 없이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