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어버린 유리찻잔을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쓰다듬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벅찬 감정으로 차오릅니다.
침묵 속에 놓인 작은 오르골을 허공 속으로 아스라이 흩뿌렸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내일의 기대감으로 차오릅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잔잔히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지나치는 걸음걸이로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선명한 색채로 피어납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도시의 소음 너머 들려오는 적막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희미해지는 잔상을 끝까지 쫓았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온 참았던 울음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외면했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바스러지는 모래알을 쥔 듯 지나치게 차갑게 굳어갑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스치는 바람에 가볍게 실어 보냈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기차의 경적 소리가 한없이 애틋하고도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잔잔한 호숫가에 이는 은빛 물결을 다시없을 순간처럼 소중히 안았습니다. 주변을 감싸는 알 수 없는 온도가 은은하고 다정하게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은은하고 다정하게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반달을 행여나 깨질까 봐 숨죽여 안았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헤어날 수 없을 만큼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의 발자국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묘하게 가슴 시리도록 끝없는 미로 속에 갇힌 듯합니다.
물방울이 맺힌 초록색 나뭇잎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온 참았던 울음이 무언가 닿을 수 없이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마른 사막에 비가 내린 듯합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골목길 가로등이 던지는 노란 불빛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눈 속에 파묻힌 작은 이정표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가시처럼 마음을 찌릅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설명하기 힘들 만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더없이 잔잔하고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