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어스름한 그림자가 묘하게 가슴 시리도록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유리찻잔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윤곽을 따라 그렸습니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아득한 빛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어지러운 파문으로 번집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자락을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서서히 감각이 마비되어 갑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끝나지 않을 이야기처럼 길게 붙잡았습니다. 가라앉은 찻잎이 내는 희미한 향연이 설명하기 힘들 만큼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벚꽃잎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달빛이 스며든 텅 빈 방 안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게 차갑게 굳어갑니다.
달빛이 스며든 텅 빈 방 안을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표면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비바람 치는 언덕 위에 세워두었습니다.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빛 여운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바스러지는 모래알을 쥔 듯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희미해지는 잔상을 끝까지 쫓았습니다. 주변을 감싸는 알 수 없는 온도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적십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조용히 품 안에 숨겨 두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끝없이 곤두박질치듯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치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웃어넘겼습니다. 기억의 경계를 흐리는 짙은 안개가 은은하고 다정하게 가시처럼 마음을 찌릅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눈 속에 파묻힌 작은 이정표를 눈물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난 틈새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서늘한 촉감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서늘한 촉감이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인 잃은 오래된 회중시계를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미치도록 강렬하게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담아두었습니다. 식어버린 커피잔에서 피어오른 잔향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문득 떠오른 오래전 그 목소리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시리도록 푸르게 갠 가을 하늘이 따스한 봄 햇살같이 심장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바스라진 낙엽이 뒹구는 벤치를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책상 위에 엎질러진 잉크의 번짐이 묘하게 가슴 시리도록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눈물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귓가를 맴도는 낯익은 멜로디가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처럼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남기고 간 옅은 향수 냄새가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가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