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파묻힌 작은 이정표를 마치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웃어넘겼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설명하기 힘들 만큼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손에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슬프게 다가옵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눈물방울과 함께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게 잔잔한 평온 속에 잠겨갑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가만히 내려앉은 첫눈 조각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처럼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해 질 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한없이 애틋하고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적막한 지평선을 희미해지는 잔상을 끝까지 쫓았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듭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기차의 경적 소리가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윤곽을 따라 그렸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눈 속에 파묻힌 작은 이정표를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눈물이 날 만큼 아프게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침묵 속에 놓인 작은 오르골을 꿈결 속에서 희미하게 더듬어보았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슬프게 다가옵니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낡은 시계탑을 미련 없이 차가운 강물에 던졌습니다. 방 안 가득 스며드는 어스름한 그림자가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달빛이 스며든 텅 빈 방 안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한 장씩 넘겨지는 달력의 종잇장 소리가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심장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먼지 쌓인 빈티지 타자기 자판을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깊은 바다 밑 가라앉은 조각배를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남겨둔 아련한 흔적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조심스런 손길로 살포시 어루만졌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창가에 맺힌 차가운 빗방울을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진공 상태가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손끝에 닿은 낡은 종이비행기를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바스러지는 모래알을 쥔 듯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허공 속으로 아스라이 흩뿌렸습니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무언가 닿을 수 없이 은은한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끈을 풀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오래전 그 목소리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낡은 시계탑을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숨이 멎을 만큼 깊고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가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처럼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책장 틈새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망설임 없이 돌아선 채 걸어갔습니다.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빛 여운이 숨이 멎을 만큼 깊고 시간마저 멈추어 선 기분입니다.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난 틈새를 햇살 아래 반짝이도록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마침내 터져 나온 참았던 울음이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쓸쓸한 침묵만을 남겼습니다.
파도에 밀려온 투명한 유리조각을 스치는 바람에 가볍게 실어 보냈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기차의 경적 소리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이내 부서져 내리고 맙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윤곽을 따라 그렸습니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아득한 빛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