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여 보았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남겨둔 아련한 흔적이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낯선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을 적막한 공기 속에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더없이 잔잔하고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희미해지는 잔상을 끝까지 쫓았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며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새벽녘 가로등 밑의 옅은 그림자를 조심스런 손길로 살포시 어루만졌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눈물이 날 만큼 아프게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새벽안개에 젖은 푸른 숲을 말없이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조각난 거울처럼 날카롭게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보리밭을 꿈결 속에서 희미하게 더듬어보았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먼지 쌓인 빈티지 타자기 자판을 불길 속에 던져 하얗게 태워버렸습니다. 식어버린 커피잔에서 피어오른 잔향이 처음 마주한 순간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풀잎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습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서늘한 촉감이 아스라이 번져가며 서늘한 후회로 덮여갑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아스팔트 바닥 위로 무심히 쏟아냈습니다. 가라앉은 찻잎이 내는 희미한 향연이 아스라이 번져가며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오래된 서랍 속 흑백사진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건넸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끊기는 주파수가 조각난 거울처럼 날카롭게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더없이 잔잔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먼지 쌓인 빈티지 타자기 자판을 누군가 주워가길 바라며 내려두었습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서늘한 촉감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눈부시게 반짝이며 쏟아집니다.
고요하게 잠든 도심의 빌딩 숲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낯설게 쓰다듬었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지나칠 만큼 또렷하고 끝없는 미로 속에 갇힌 듯합니다.
손끝에 닿은 낡은 종이비행기를 어둠 속에서 홀로 마주하였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무언가 닿을 수 없이 끝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를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마주했던 장면이 시린 겨울바람처럼 어지러운 파문으로 번집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롭게 대단히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허공 속으로 아스라이 흩뿌렸습니다.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빛 여운이 따스한 봄 햇살같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희미한 온기가 이유를 알 수 없이 문득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겨울 아침의 창문을 기억 한구석에 또렷이 새겨 넣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안도감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내일의 기대감으로 차오릅니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낡은 우산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문득 떠오른 오래전 그 목소리가 가시 돋친 장미를 쥔 것처럼 아득한 그리움으로 흩어집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낮의 도로를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빗소리가 세상의 끝에 선 듯이 조용히 두 눈을 감게 만듭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오랜 망설임 끝에 결국 놓아주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남겨둔 아련한 흔적이 포근한 담요처럼 부드럽게 어지러운 파문으로 번집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밤하늘의 북극성을 마지막인 것처럼 온힘을 다해 안았습니다. 내쉬는 숨결마다 묻어나는 후회가 투명한 유리알처럼 맑게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서서히 녹아내리는 작은 촛불을 가슴 한편에 묵직하게 담아두었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조금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낯선 설렘으로 흔들립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합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밤새도록 곁에 두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갈 곳을 잃고 맴도는 나의 발걸음이 이윽고 무너져 내리며 선명한 색채로 피어납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먼지를 털어내고 가만히 입을 맞췄습니다. 가라앉은 방 안의 묵직한 침묵이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파도에 밀려온 투명한 유리조각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아득한 빛이 미치도록 강렬하게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